‘엄마의 손수건’은 영어로도 번역됐다. 사용 언어에 따라 국문본과 한영본(병기)을 선택할 수 있다
서울--(뉴스와이어)--현대시문학이 여수·순천 10·19 사건을 다룬 양태철의 희곡 ‘엄마의 손수건’을 펴냈다.
역사는 사건을 설명하려 하고, 국가는 문장을 완성하려 한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엄마의 손수건’은 바로 이 불일치의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은 여순 사건을 다루지만 단순한 재현의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 책임과 판단을 제시하는 대신 사건 이후에도 남아 있는 인간의 상태를 응시한다. ‘엄마의 손수건’이 선택한 것은 설명이 아니라 태도이며, 고발이 아니라 거리이다.
희곡의 중심에는 한 어머니가 있다. 그녀는 증언하지 않고 판결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하는 일은 단 하나, 손수건으로 이름 없는 얼굴들을 닦는 것이다. 이 행위는 작품 전체의 윤리를 집약한다. 닦는다는 것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연기하는 것이며, 폭로 이전에 존재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엄마의 손수건’은 국가의 기록이 포착하지 못했으며 영역과 역사가 서둘러 덮어버린 침묵의 층위를 문학의 문제로 끌어온다. 그러나 이 희곡은 그 침묵을 말로 채우지 않는다. 오히려 말하지 않음으로써 언어가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침묵은 결핍이 아니라 윤리적 선택이다.
문학은 역사를 대신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역사 앞에서 어디까지 말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질문은 소극적 회피가 아니라 문학의 한계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엄마의 손수건’은 의미의 과잉 대신 윤리의 신뢰를 획득한다.
여수와 순천은 이 작품에서 사건의 무대가 아니라 기억의 기후로 존재한다. 이 공간들은 설명되지 않고, 상징으로 소비되지도 않는다. 바람, 침묵, 낮은 호흡들이 서사의 리듬을 이룬다. 이는 지역의 비극을 서사적 자원으로 전유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분명한 태도다.
‘엄마의 손수건’은 강한 문장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장을 완성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의 사유를 지속시킨다. 이 희곡은 말해진 역사보다 말해지지 않은 인간을 더 오래 붙든다.
이 작품은 외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낮음 속에서 문학이 역사 앞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자세를 보여준다. ‘엄마의 손수건’은 사건 이후에도 남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희곡이며, 기억을 판결로 바꾸지 않으려는 문학의 윤리적 실천이다.
※ ‘엄마의 손수건’은 영어로도 번역됐다. 사용 언어에 따라 국문본과 한영본(병기)을 선택할 수 있다.
현대시문학 소개
도서출판 현대시문학은 2009년 설립돼 시, 수필, 소설 등 문학 전 장르의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해 온 출판사다. 본지 문학 사이트를 통해 작가 지망생들이 문학적 감각을 익히고 창작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며, 우수 원고를 선별해 시집, 수필집, 소설집 등의 출간을 돕고 있다. 또한 자비출판을 언제나 환영하고 있다.